SI 회사 설립하는 앤트로픽, 생태계 바뀌나
Source: Byline Network

앤트로픽의 공격적인 B2B 확장이 팔란티어를 위협한다
앤트로픽의 공격적인 B2B 확장이 팔란티어를 위협하고 있다. 두 기업은 지금까지 협력 관계였지만, 이제는 경쟁이 불가피한 불편한 동거에 돌입했다.
앤트로픽은 지난 3일(현지시간) 다수의 글로벌 금융기관과 손잡고 새로운 AI 엔터프라이즈 서비스 기업 설립을 발표했다. 주요 투자자는 다음과 같다.
- 블랙스톤 – 3억 달러 (앵커 파트너)
- 헬만앤프리드만 – 3억 달러 (앵커 파트너)
- 골드만삭스 – 1억 5천만 달러 (참여)
- 아폴로, 제너럴 애틀랜틱, GIC, 레너드그린, 세쿼이아 등도 참여 발표
이 법인은 클로드를 위한 SI(시스템 통합) 회사라고 보면 된다. 클로드를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로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앤트로픽 엔지니어가 고객사에 직접 파견돼 내부 시스템에 클로드를 구축하고 운용까지 책임지는 구현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는 팔란티어가 대중화한 현장 파견 엔지니어(FDE) 모델을 앤트로픽이 직접 채택한 형태다.
앤트로픽의 이같은 행보는 파트너 회사들에게도 긴장을 주고 있다. 앤트로픽은 자사의 LLM 클로드를 고객사 환경에 맞게 최적화해 구축하기 위한 ‘클로드 파트너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액센츄어, 딜로이트, PwC 같은 파트너사들이 앤트로픽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이제 앤트로픽이 파트너사와 같은 역할을 직접 수행하게 되는 셈이다.
팔란티어-앤트로픽의 어색한 협력
앤트로픽이 SI 회사를 설립함에 따라 팔란티어와 앤트로픽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될지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앤트로픽이 팔란티어 역할을 대체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미국의 유명 투자자 마이클 버리는 “앤트로픽이 팔란티어의 점유율을 잠식 중”이라는 의견을 게시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앤트로픽과 팔란티어는 가까운 협력 관계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된 팔란티어의 ‘인공지능 플랫폼(AIP)’도 클로드를 기반으로 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양사는 2024년부터 협력 관계를 쌓아왔다.
팔란티어의 AIP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활용해 맞춤형 워크플로우를 구축할 수 있는 자체 플랫폼이다. 전문 분야에 특화된 지식 모델인 ‘온톨로지’를 기반으로 미 국방부 최고 보안 등급(IL5~IL6)도 충족해 미국 정부기관 내에서 의사결정 도구로 활용된다. 온톨로지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 LLM과 달리 환각 현상으로 인한 리스크가 적어 금융권이나 민간 기업에서도 수요가 있었다.
그간 팔란티어는 이 AIP에 쓰이는 LLM으로 클로드를 공급했다. 올해 앤트로픽이 미국 국방부와 윤리 갈등 문제로 ‘국가 안보에 대한 공급망 위험’ 기업으로 지정될 때도 팔란티어는 당분간 앤트로픽과의 협력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장 클로드를 대체할 다른 AI 모델을 찾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정치적 입장은 다르더라도 당분간 협력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민간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AI 에이전트 시장에서는 양상이 달라졌다. 앤트로픽은 2024년 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MCP) 규격을 공개해 표준화된 오픈소스 AI 생태계를 형성했다. MCP는 기업이 내부 데이터 소스와 AI 모델을 연결할 수 있는 공용 인터페이스 역할을 수행한다. 클로드는 특정 플랫폼 없이 자유로운 내부 데이터 연결이 가능하도록 새로운 대안으로 MCP를 제시했고, 그 결과 최근 가장 선호되는 기업용 AI로 부상하고 있다.
또한, 이번에 앤트로픽이 SI 합작 회사를 발표해 서비스를 고도화하면서 팔란티어의 현장 파견 엔지니어(FDE)를 대체할 수 있는 수단도 형성됐다. 팔란티어가 전사적 데이터 통합을 위한 거대 플랫폼(AIP) 설치를 전제로 하는 것과 달리 클로드는 AI 모델에 자사 툴을 유연하게 연결할 수 있어 AI 전환 구축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속도와 비용 면에서 팔란티어보다 높은 효율성을 보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사무 업무에 AI를 활용하는 기업에서는 팔란티어보다 앤트로픽을 선호하고 있다.
양사는 아직 B2G 시장에서는 일시적인 협력 체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B2B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경쟁사로 변모하고 있다.
미토스 이후의 변화
이런 상황에서 앤트로픽이 향후 공개할 ‘클로드 미토스’는 팔란티어에게 더 큰 과제가 될 전망이다. ‘클로드 미토스’가 공개될 경우, 팔란티어가 절대적 우위를 차지한 B2G 시장까지 지각 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
클로드 미토스는 지난 달 백악관이 회의를 소집하게 할 만큼 사이버 보안 분야에서 강력한 성능을 보여줬다. 일부 기관에게만 공개된 미토스는 주요 운영 체제와 웹 브라우저의 취약점을 찾아내고 악성 코드를 자동으로 생성한다. 미토스가 백악관에 보고되면서 전 세계 금융 기관과 공공기관의 사이버 보안에 적신호가 켜졌다.
국방부는 지난달 앤트로픽과 법적 절차에 있는 와중에도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뉴욕타임즈를 비롯한 외신은 “국방부 내에서도 앤트로픽과의 갈등이 ‘비생산적’이라 보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토스 쇼크에 따라 갈등이 봉합되면, 앤트로픽은 현재 사이버 보안 영역에서도 키 플레이어로 떠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시장은 팔란티어의 향후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