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견제하자”vs“말도 안 된다” 코스포 행사서 불붙은 논쟁
Source: Byline Network
스타트업 진흥을 위한 컨퍼런스에서 AI 주권을 두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젠슨 황 방한 때마다 생태계 종속이 걱정된다”고 말하자, 류중희 리얼월드 대표가 “정부에 계셨던 분들은 70~80년대 발상을 한다”고 받아쳤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하 코스포)이 11일 서울 강남 씨스퀘어에서 개최한 ‘AXIS 2026’ 서밋 현장에서의 설전이다.
보호냐 개방이냐…AI 주권 논쟁
패널들의 입장이 가장 극명하게 갈린 쟁점은 AI 기술 주권이다. 국가가 AI 스타트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과 국경을 초월해 연합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부딪쳤다.
첫 세션 패널로 참여한 박영선 전 중기부 장관은 최근 화제였던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방한을 언급하며 생태계 종속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엔비디아 칩을 대규모로 구매해 사용하면 퓨리오사AI, 리벨리언, 딥엑스 등 국가 차원에서 투자·육성해온 토종 팹리스 기업들이 설 곳을 잃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박 전 장관은 “국방·제조·의료 등 국가적 보안이 필요한 데이터를 정리해 K-온톨로지 기반 소버린 AI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스타트업을 여기에 참여시키자”고 제안했다. 국가 주도 AI 프로젝트로 스타트업 생태계에 활기를 불어넣자는 의견이다.
류중희 리얼월드 대표는 박 전 장관의 말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류 대표는 “대한민국이 국가 주도 산업 성장의 망령을 벗어던지지 못했다”며 정부 프로젝트를 회의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그는 “개인과 기업이 국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시대에 과연 소버린이라는 개념이 존재할 수 있느냐”며 중요한 것은 기업의 국적이 아니라 경쟁력이라고 역설했다.
류 대표는 박 전 장관의 엔비디아 생태계 종속 발언에 대해서도 “AI는 인류의 조별과제고 엔비디아는 조원인데, 미국 회사니까 밀어주면 안 된다는 발상이 말이 되느냐”며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엔비디아를 배척할 것이 아니라 아군으로 여겨 지원하고 활용하는 포용적·거시적 사고를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 역시 박 전 장관과 의견을 달리했다. 이 의원은 “독자적 기술력 확보가 중요한 것은 맞지만, 시장에서 그게 준비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국산 갖다 쓰세요’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해외 기술과 병행하는 투 트랙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민간이 할 일에 정부가 개입할 필요는 없다”고도 말했다.
박영선 전 장관은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박 전 장관은 “미국은 민간 주도, 중국은 국가 주도인데 대한민국 정부의 역할은 그 사이에서 균형점을 맞춰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엔비디아 문제에 대해서도 “엔비디아 생태계에 흡수되지 않고 우리만의 AI 생태계를 만드는 노력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AI 3강‘의 본질은 삶의 질 향상
이날 서밋에서는 정부 핵심 과제인 AI 3강 도약의 진정한 의미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김재원 코스포 의장은 키노트 세션에서 “대한민국이 왜 AI 3강이 되려고 하는지, 그리고 그 목표를 달성한 뒤에는 어떤 나라가 되어야 하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짚었다. 순위보다 사회적 가치 창출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해민 의원도 명확한 측정 기준(매트릭) 없이 AI 3강을 외치는 정부 정책의 모호성을 비판했다. 이 의원은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 전환기일수록 신뢰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지표를 가지고 정책을 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오혜연 카이스트 교수 또한 수치 경쟁에 매몰된 국정 기조를 ‘우물 안 개구리’에 비유했다. 오 교수는 “모델 파라미터 사이즈나 벤치마크, 스탠포드 보고서 등재 개수를 자랑하는 것은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거대 레이스 앞에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 교수는 기술 자체보다 국민 삶의 질 향상이 우선이라며 한국이 선점할 새로운 종류의 리더십을 제시했다. 그는 “AI가 실제로 국민들에게 긍정적 변화를 주고 있는지, 특히 노약자나 장애인 같은 취약계층의 삶이 더 나아졌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며 “이러한 변화를 측정하는 지표를 한국이 개발해 글로벌 룰을 리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이 거버넌스 리더가 되어야 한다는 오 교수의 제안은 류중희 대표의 발언과 궤를 같이한다. 류 대표는 앞선 세션에서 “한국은 중국·미국의 추격자가 아니라 인류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리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