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노조 “카카오의 후진적 관행을 바꾸길 원한다”
Source: Byline Network
(출처=바이라인네트워크)
“매스컴에도 얘기 나왔듯이 우리가 돈 한 푼 더 받자고 이 뙤약볕에서 이 고생, 이 짓을 하고 있는 거 아닙니다. 후진적인 관행을 바꾸기 위해 이 자리를 만들었어요. 그 시발점이 카카오에서 일어났다고 생각합니다.”
카카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진행된 본사 파업에서 박영준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식품노조) 수도권지부장은 이같이 말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크루유니언)는 10일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카카오아지트에서 파업 행진과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파업은 카카오,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5개 법인이 참여했다. 노조 측 추산에 따르면 참여 인원은 700여명이며 전체 법인 기준 1500명을 돌파했다.
파업의 배경에는 지난 5월27일 내려진 노동위원회의 조정중지 결정이 있다. 수개월간 이어진 교섭 끝에 결국 합의가 결렬되자 노조는 신뢰 훼손을 주장하며 파업 투쟁에 돌입했다. 현재 카카오 본사와 카카오페이는 정당한 보상과 신뢰 회복을 주장하고 있고, 카카오엔터프라이즈·디케이테크인·엑스엘게임즈는 고용 불안 해소와 책임 경영을 핵심 쟁점으로 강조했다.
박상의 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 수석부지회장은 “파업에 참여한 법인은 모두 조정안 자체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오일석 화섬식품노조 수도권지부 국장은 “최근 카카오 안에서는 경영실패와 고용불안, 직장 내 괴롭힘과 불공정한 평가와 채용, 반복되는 노동시간 초과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며 “실질적인 결정은 그룹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어서 개별 법인들의 교섭만으로는 반복되는 혼란과 고용불안을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빅뱅 프로젝트, 카카오 내부 불만 키웠다
파업에 참여한 카카오 본사 노조는 홍민택 전 CPO 주도로 진행됐던 ‘빅뱅 프로젝트’의 성과급 문제를 주요 사건으로 언급했다. 빅뱅 프로젝트는 카카오톡 개편이 포함됐던 작업이다.
본사 노조는 사측이 보상을 대가로 직원들에게 무리한 작업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카카오가 지난해 대표이사에게 5억원 이상을 상여금으로 지급했으나 정작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한 실무진에게는 약속한 만큼의 정당한 보상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카카오 본사 노조는 “당시 C레벨 리더들이 직원들에게 인당 1500만원, 심지어 3000만원이라는 금액까지 언급해가며 보상안을 언급했다”며 “실제로는 많은 직원들이 한 달 월급도 못 미치는 성과급을 수령했다”고 말했다.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문제도 노사 갈등의 쟁점이다. RSU는 카카오에서 1년 이상 재직할 시에 받을 수 있는 주식 보상이다. 카카오 노조는 장기 보상인 RSU를 성과급과 분리를 요구하고 있다.
카카오 노조는 “교섭 결렬 이후 회사가 생각하는 직원들을 갈아넣은 대가의 추가 보상은 고작 인센티브 수백만원 수준의 지급 제안과 전년 대비 미미한 수준의 임금 인상 제한뿐”이라고 말했다.
카카오 계열사, 임금 불평등·고용 불안 겪었다
계열사 4사는 신뢰 회복·고용불안 해소·경영 공백 해소·책임 경영 등을 주장 중이다. 최대 규모 인원을 확보한 카카오페이 노조는 사측의 성실한 교섭 참여, 정당한 보상, 부당노동행위 중단, 노동자에 대한 존중을 요구했다.
카카오페이 노조는 “파업을 하루 앞둔 날 회사는 노조에 미팅을 요청했다”며 “회사가 교섭을 요청하는 줄 알았으나 파업 방해 행위자로 지목된 임원의 사과 자리를 제안한 것”이라고 밝혔다. 카카오페이 노조에 따르면 해당 임원은 평소 파업에 나서는 직원을 ‘독립투사’라고 조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카카오페이 노조는 “파업 하루 전날까지도 회사가 챙긴 것은 직원들의 노동 조건이 걸린 임금 교섭이 아니라 임원의 사과 자리”라며 “회사가 멈춰버린 대화를 재개하고 존중을 보여주길 원한다”고 밝혔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노조는 근 3년간 고용 불안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2019년 카카오의 사내독립기업(CIC)인 AI랩이 독립 분사해서 출범한 회사다. 지난해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서 100여명이 근무하던 검색사업부문은 포털 ‘다음(Daum)’ 운영사 AXZ로 이동했다. 올해 2월 카카오는 업스테이지에 AXZ 지분을 매각했다.
노조 측은 “새로운 대표는 구조조정은 없을 거라고 선언했지만 회사는 다시 분사 매각 이슈에 휘말렸다”며 “클라우드 사업의 흐릿한 비전과 로드맵은 언제쯤 분명해지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한 “이 일에 책임이 있는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한 번도 우리의 물음에 답한 적이 없다”며 “검색 조직 복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카카오엔터프라이즈로 책임을 떠넘긴 일을 사과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정 대표에게 책임감을 촉구했다.
IT 솔루션 자회사인 디케이테크인 노조는 회사가 고용 안정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노조 측은 사업이 축소되면서 발생한 인원 감축에 대한 우려를 밝혔다.
경영 공백도 디케이테크인의 고용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현재 디케이테크인의 대표 자리는 4월 말부터 지금까지 공석 상태에 놓여 있다. 이원주 대표는 2015년부터 10년간 회사를 이끌어 왔으나 올해 3월부터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이사를 겸직 중이다. 현재 실질적인 임금 상승, 교섭 협상, 회사의 미래 등을 결정하는 대표 대행은 카카오 경영기획실 성과 리더가 맡고 있다는 것이 노조 측의 설명이다.
김지원 디케이테크인 지회장은 “임금은 2%대 묶어놓고 고용안정 대책은 없고 대표는 보이지 않는 상태”라며 “카카오는 디케이테크인의 경영 공백에 대해 책임있게 대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리해고가 진행되고 있던 엑스엘게임즈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엑스엘게임즈는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로 현재 희망퇴직으로 인력 감축 수순을 밟는 중이다.
서승욱 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 지회장은 “엑스엘게임즈 정리해고는 곧 다른 법인에서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하며 “회사가 지금까지 그렇게 운영해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디케이테크인에서 진행하는 저성과자 프로그램은 카카오페이에서도 시행했다”며 “카카오 공동체 곳곳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은 서로 다른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편 카카오 파업은 6월29일에 로그오프데이(연차 투쟁)로 재개될 예정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