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익 커닝부터 불법 촬영까지…AI 스마트글라스 악용 증가

Published: (June 12, 2026 at 05:27 AM EDT)
7 min read

Source: Byline Network

길을 걷고 있었다. 갑자기 처음 보는 사람이 다가와 내 이름을 부른다.

“○○씨 맞죠?”

그는 나의 대학과 직장 이야기까지 자연스럽게 꺼낸다. 마치 나를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처럼 말이다. 영화 속 이야기 같지만, 스마트글라스(Smart Glass)와 인공지능(AI) 기술이 결합하면서 현실에서 충분히 구현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경처럼 1인칭 시점으로 자연스럽게 착용하는 기기의 특성이 부정행위·사생활 침해 등 각종 범죄의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스마트글라스는 안경 형태의 웨어러블(Wearable) 기기다. 웨어러블은 사용자가 안경, 시계, 옷처럼 몸에 직접 착용하고 다닐 수 있는 형태의 스마트 전자기기나 정보통신 기술이다.

스마트글라스는 내장된 카메라와 마이크를 통해 사용자의 시야를 수집하고 정보를 처리한다. 기기의 외형이 일반 안경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얇아지면서 주변인이 촬영 여부를 즉각 인지하기 어렵다는 점이 드러났다.

일상 속 부정행위와 범죄 사례는 이미 발생하고 있다. 한국토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10일과 31일 치러진 정기시험에서 스마트글라스를 활용한 커닝 시도가 각 1건씩 적발됐다. 스마트글라스로 촬영하면 AI가 관련 정보를 분석해 렌즈나 스피커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해외에서는 사이버 범죄 및 테러 악용 사례도 등장했다. 영국에서는 한 남성이 스마트글라스로 길거리의 여성을 동의 없이 촬영해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영상 삭제를 요구하는 피해자에게 유료 서비스라며 대가를 요구했다. 미국 뉴올리언스 프랑스구역 테러 사건에도 스마트글라스가 이용됐다. 범인이 테러를 저지르기 전 스마트글라스를 끼고 현장을 사전 답사한 사실이 수사 결과 드러났다.

불특정 다수의 정보가 무차별적으로 수집될 위험도 제기된다. 지난 4일(현지시간) 와이어드(WIRED)는 메타(Meta)가 자사 스마트글라스 앱 주변인의 얼굴을 인식해 신원을 식별하는 ‘네임태그(NameTag)’ 코드를 탑재했다고 보도했다. 비판이 일자 메타(Meta)는 앱 업데이트 과정에서 해당 코드를 삭제했다.

반면 기기 보급 속도에 비해 관련 제도와 규제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스마트글라스 사생활 침해 논란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선제적 가이드라인 마련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내용은 아직 없다”며 “현재 관련 신고가 접수되거나 한 건 없는 걸로 안다”고 덧붙였다.

최경진 가천대학교 법학과 교수(AI·데이터 정책연구 센터장)는 “자동화된 AI 기술이 웨어러블 기기와 결합될수록 광범위한 개인정보가 본인 의지와 관계없이 실시간으로 처리된다”며 “이런 좋은 데이터들이 자꾸 쌓이면 결과적으로 해커들의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술 악용 우려가 커지면서 현행법의 사각지대를 보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최 교수는 “현재 개인정보보호법은 대량으로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처리자 중심으로 규율하고 있어 개인 간의 행위에 대해서는 규율하지 못한다”며 “영상 정보 성격에 맞는 체계적인 법제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 경쟁을 위해 기업의 기기 출시를 막을 수는 없지만, 시민들의 권리를 보호할 제도적 안전장치 마련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스마트글라스 기술이 아직 과도기에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전 AI 전문기업 관계자는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스마트글라스가 단독으로 발전하려면 15년 이상은 더 걸릴 것”이라며 “안경에 삽입할 만큼 작은 칩이 나오기 힘들어 현재는 스마트폰 연동 의존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다만 스마트폰과 연동돼 상시 시각 정보가 수집되는 현재 수준만으로도 악용 소지가 충분한 만큼, 기술 발전에 발맞춘 선제적 대응이 요구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wmkim627@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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