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네 번째 역전, 그리고 네 번 모두 2-1

Published: (June 12, 2026 at 02:17 AM E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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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Plat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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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한 골을 내준다는 것은, 점수판의 숫자 하나를 잃는 일이 아니다. 그 순간 머릿속을 스치는 지난 실패의 기억까지 함께 짊어지는 일이다. 후반 15분, 크레이치의 헤더가 한국 골문을 흔들었을 때 과달라하라에 얹힌 무게도 그런 종류였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 한국은 그 무게를 오래 지고 있지 않았다.

한국은 2026 북중미 월드컵 첫 경기에서 체코에 2-1로 승리했다. 월드컵 본선 첫 경기 승리는 2010년 남아공 대회 이후 16년 만이다. 선제골을 내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후반 21분 황인범이 동점골을 만들었고, 교체로 들어간 오현규가 후반 35분 결승골을 터뜨렸다. 이후 체코가 추가시간까지 거세게 동점을 노렸지만, 마지막 고비에서 골문을 지켜낸 끝에 한국은 한 골 차 리드를 안고 경기를 마쳤다. 먼저 한 골을 내주고도, 끝내 앞서서 끝낸 경기였다.

이 ‘역전’이라는 단어가 한국 월드컵 역사에서 갖는 무게는 가볍지 않다. 한국이 월드컵 본선에서 선제골을 내주고도 경기를 뒤집은 것은, 오늘 이전까지 단 세 번뿐이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2002년 이탈리아전이었다. 한국 축구가 월드컵에서 거둔 사상 첫 역전승이자, 처음으로 역대 월드컵 우승국을 꺾은 경기였고, 그 한 판이 8강이라는 미답의 영역으로 가는 문을 열었다. 두 번째는 2006년 토고전이다. 전반 31분 카데르에게 선제골을 내준 뒤 이천수와 안정환의 골로 2-1로 뒤집었는데, 이는 1954년 첫 출전 이후 52년 만에 거둔 월드컵 원정 첫 승이기도 했다. 가장 가까운 기억은 2022년 포르투갈전, 전반 5분 선제골을 내주고도 김영권의 동점골과 황희찬의 결승골로 2-1로 뒤집으며 16강에 오른 그 밤이다. 그리고 오늘 체코전이 네 번째다.

네 번의 역전승에는 공통된 결이 있다. 모두 먼저 한 골을 내줬고, 모두 두 골로 되갚았으며, 그 골들이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발끝에서 나왔다는 것. 설기현과 안정환이, 이천수와 안정환이, 김영권과 황희찬이, 그리고 오늘 황인범과 오현규가 그랬다. 공교롭게도 네 경기의 스코어는 하나같이 2-1이다. 의미를 부여할 인과는 아니지만, 끌려가던 흐름을 비슷한 방식으로 되돌려온 흔적이 거기 남아 있다.

물론 먼저 지는 일이 늘 역전으로 끝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가 더 많았다. 2010년 나이지리아전은 2-2 무승부, 2014년 알제리전은 2-4 패, 2022년 가나전은 2-3 패로 끝났다. 먼저 실점한 경기에서 두 골을 넣고도 이기지 못한 밤들이 분명히 있었다. 그래서 오늘의 2-1이 가볍지 않다. 끌려가는 순간 무너지지 않고 끝내 앞서가는 일은, 한국에게 당연한 결과였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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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경기로 팀을 단정할 일은 아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먼저 지는 것이 곧 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오늘의 한국이 다시 증명했다는 점이다. 21세기 들어 한국은 월드컵 첫 경기에서 비교적 좋은 출발을 이어왔고, 패한 것은 2018년 스웨덴전이 유일하다. 2018년과 2022년의 답답했던 초반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끌려가다 뒤집는 팀의 모습은 그 자체로 안도이자 신뢰다. 첫 경기의 승점 3점보다, 그 3점을 만들어낸 방식이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숫자에 드러나지 않는 수확도 있다. 한국은 퇴장 없이, 경고도 단 한 장으로 90분을 마쳤다. 조 순위 동률 시 1순위 기준이 승자승으로 바뀐 이번 대회에서, 직접 맞붙은 체코를 꺾었다는 사실은 단순한 승점 3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최종전에서 두 팀의 승점이 같아지더라도, 순위는 오늘의 맞대결로 한국이 먼저 가져가기 때문이다. 깨끗하게 끝낸 90분은 그 뒤에 놓인 또 하나의 보험이다.

이제 시선은 6월 19일 오전 10시, 다시 과달라하라로 향한다. 상대는 개최국 멕시코다. 멕시코는 개막전에서 남아공을 2-0으로 누르고 승점 3, 골득실에서 앞선 A조 선두에 올라섰다. 다만 그 경기 후반 추가시간, 주전 중앙 수비수이자 주장 세사르 몬테스가 퇴장당하며 한국과의 2차전 결장이 확정됐다. 현지에서 라울 히메네스보다 전술적 비중이 높은 실질적 핵심으로 통하는 195cm 센터백의 공백인 만큼, 그가 비운 제공권은 한국이 노려볼 만한 지점이다. 그렇다고 멕시코가 만만한 상대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히메네스와 키뇨네스, 알바레스 등 수준급 선수들이 건재하고, 홈 관중과 고지대라는 변수도 그대로 남아 있다. 분명한 것은, 이 경기가 조 순위를 가를 분수령이라는 점이다. 먼저 지고도 뒤집을 줄 아는 팀이라는 사실을 오늘 다시 확인한 만큼, 한국은 그 분수령 앞에서 조금 더 과감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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