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등 부담, 왜 운송사만 떠안아야 할까
Source: Byline Network
최근 중동 정세 불안과 국제유가 상승으로 국내 물류시장이 심각한 압박을 받고 있다. 국제 뉴스에서 접하는 전쟁과 지정학적 갈등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물류 현장에서는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올해 초 리터당 1600원 안팎이던 경유 가격은 어느새 2000원을 넘어섰다. 불과 몇 달 사이 20% 이상 상승한 것이다. 그러나 유가가 오르는 만큼 운임이 오르지는 않는다.
물류 현장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운송사들이 적자를 감수하며 차량을 운행하고 있다.
국내 화물운송 원가의 상당 부분은 유류비가 차지한다. 유가가 상승하면 운송원가도 함께 상승하는 것은 당연한 경제 원리다. 하지만 현실의 계약 구조는 이러한 상식을 외면하고 있다.
대부분의 계약 운임은 유가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유가연동제가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결국 운송사는 계약 당시보다 높은 비용을 부담하면서도 기존 운임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유가가 상승하면 차주들은 생존을 위해 더 높은 운임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반면 화주와 대형 물류사는 계약을 이유로 운임 조정을 거부한다. 그 결과 중간에 위치한 운송사는 차주에게는 인상된 운임을 지급하고, 화주로부터는 기존 운임을 받는 구조에 놓이게 된다. 손실은 고스란히 운송사의 몫이다.
차량 부족으로 배송이 지연되면 운송사는 페널티를 부담한다. 서비스 장애가 발생하면 운송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국제유가 급등이라는 예외적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정작 비용 증가에 대한 책임을 함께 부담하려는 움직임은 찾아보기 어렵다.
상생을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위험이 특정 주체에게 집중되는 구조인 셈이다.
현장에서는 이미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도서지역과 제주 노선의 선임은 크게 상승했고, 항공 유류할증료 역시 인상되고 있다. 고정 노선 차량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 운임보다 훨씬 높은 비용을 지급해야 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적자를 감수하며 운행을 이어가는 업체들도 적지 않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결국 차량 공급 부족과 운송 차질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은 운송비를 단순한 비용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물류는 국가 경제를 움직이는 핵심 인프라다. 생산된 제품이 공장에서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 모든 과정은 물류를 통해 완성된다.
물류가 흔들리면 제조업이 흔들리고, 유통이 흔들리며, 결국 소비자도 피해를 입게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특정 산업의 희생이 아니다.
유가 급등과 같은 비상 상황에서는 화주, 물류사, 운송사 모두가 부담을 합리적으로 나누는 구조가 필요하다. 특히 유가연동 운임체계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물류 생태계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되어야 한다.
대한민국 물류산업은 수많은 운송사와 차주들의 희생 위에서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희생만으로 산업을 지속할 수는 없다.
물류는 비용 절감의 대상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기반이다.
유가 상승이라는 위기를 특정 주체에게 전가하는 대신 함께 책임을 나누고 함께 버티는 구조를 만드는 것, 그것이야말로 지금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할 진정한 상생의 출발점일 것이다.
물류업계 종사자 A
- 이 글은 운송사에서 일하는 A씨의 기고문입니다. 업계 특성상 신원 공개 시 불이익이 우려돼 익명으로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