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슬로건 탐방기] 페이히어 – 고객 ‘집착’

발행: (2026년 6월 9일 AM 09:39 GMT+9)
11 분 소요

Source: VentureSquare

포스(POS)하면 카운터 위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무겁고 큰 기계라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2019년, 페이히어 박준기 대표는 바로 이 ‘당연함’에 의문을 가졌습니다.

“포스기가 꼭 저렇게 무겁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야 할까?”

페이히어는 국내 최초로 클라우드 기반 포스를 만들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페이히어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앱을 깔고 무선 카드 단말기만 연결하면 주문부터 카드 결제까지 한 번에 끝나도록, 무겁고 값비싼 전용 단말기를 손안의 기기 속 앱으로 대체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키오스크와 테이블오더, 웨이팅, 고객 관리, 주방 디스플레이(KDS)까지, 매장마다 흩어져 있던 기능을 하나로 묶었습니다. 주문·결제·예약·정산이 한 시스템에서 해결되니 여러 업체와 따로 계약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결제에서 출발한 페이히어가 ‘매장에 필요한 모든 것’으로 불리는 이유입니다. 음식점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도소매·미용·교육·의료까지 한국 자영업의 5대 업종을 두루 아우르며, 올해는 매장 10만 곳, 나아가 ‘해외에서 통하는 소프트웨어 회사’로 성장해 ‘유니콘’에 올라서는 것을 다음 목표로 그리고 있습니다.

페이히어는 어떻게 성장할 수 있었을까요?

“오직 사장님을 향한 집념으로, 1년 만에 업계 최다 가맹점 수를 돌파했습니다.”

페이히어 홈페이지에 큼지막하게 적힌 이 한 문장이 모든 걸 말해 줍니다. 페이히어의 박준기 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페이히어 박준기 대표

‘우리는 미래를 만든다’

“페이히어를 쓰는 사장님들이 하나둘 늘어나던 어느 시점, 깨달았어요. ‘내가 만드는 미래가 다른 사람의 삶에도 이렇게 영향을 줄 수 있구나.’ 미래는 누군가가 만들어주는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게 됐습니다.”

이러한 생각이 페이히어의 비전이 됐습니다.

기술을 통해 오프라인 매장을 혁신하고, 매장 운영자의 삶을 개선하며, 궁극적으로는 소비자의 삶까지 향상시킨다.”

이 믿음을 페이히어의 언어로 좀 더 구체화한 것이 미션입니다. 사장님의 일이 편해지면, 결국 그 매장을 찾는 손님의 경험도 좋아진다는 의미입니다. 페이히어가 단순한 ‘포스 회사’를 넘어 매장 운영부터 마케팅까지 끌어안으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핵심가치

**① 고객 집착— **고객 중심? 그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대부분의 회사는 ‘고객 중심’을 말합니다. 그런데 페이히어는 여기서 한 발을 더 내디뎠습니다.

“저희는 고객 중심을 넘어 고객에게 집착합니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가 입버릇처럼 말하던 ‘커스터머 옵세션(Customer Obsession)’입니다. 박 대표가 이 단어를 페이히어에 들여온 이유는 단순하면서도 뼈아픕니다.

“저희가 만든 제품을 정작 저희가 직접 쓰지 않거든요.”

포스를 만드는 사람은 정작 하루 종일 포스 앞에 서서 손님을 받는 사장님이 아닙니다. 그러니 책상 앞에서 ‘이게 더 낫지 않을까’ 상상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고객에게 ‘집착’하듯 파고들어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페이히어는 365일 고객센터를 운영하며 사장님들의 목소리를 끊임없이 모읍니다. 하지만 그 목소리를 곧이곧대로 받아 적어 해결책으로 내놓지는 않습니다. 고객이 미처 깨닫지 못한 불편함까지 파헤치고 해결 방법조차 고객이 떠올린 것보다 더 나은 길을 찾아야 합니다.

“고객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해 주는 게 아니라, 고객이 기대한 것을 넘어서 ‘다른 것을 더’ 주는 거죠.”

사례를 하나 보겠습니다. 음식점 포스 화면에는 ‘상품 탭’, ‘테이블 탭’, ‘주문 내역 탭’이 있습니다. 앞의 둘은 흔하지만, 세 번째는 기존 포스엔 없던 것입니다.

“사장님들을 보니, 배달의민족에서 들어온 주문은 배민 단말기로, 쿠팡이츠 주문은 또 쿠팡 화면으로 따로따로 확인하고 있었습니다. 정작 주방에서 만드는 음식은 똑같은데, 여러 화면을 정신없이 오가야 했던 셈이죠”

페이히어는 이 흩어진 주문들을 포스 한 화면 안으로 끌어모았습니다. 홀 주문이든 배달 주문이든 한눈에 보이게 말이죠. 사장님이 ‘이거 좀 불편한데요’라고 말하기도 전에, 먼저 발견해 해결한 것입니다. 바로 이게 페이히어가 말하는 집착의 결과물입니다.

**② 제로베이스드 띵킹— ****“이 말이 진짜 맞을까?”**부터 다시

페이히어가 일하는 방식의 밑바탕에는 ‘제로베이스드 띵킹(Zero‑based Thinking)’이 있습니다. 박 대표는 이를 일론 머스크가 즐겨 말하는 ‘제1원리(First Principles)’와 닮은 개념이라고 설명합니다. 사람들은 흔히 ‘원래 다들 그렇게 하니까’라는 전제 위에 논리를 쌓아 올립니다. 그러나 그렇게 쌓다 보면 어느 순간 더는 나아가지 못하거나 문제가 풀리지 않는 지점에 부딪힙니다. 전제 자체가 틀렸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 페이히어는 그 당연함으로 되돌아가 묻습니다.

“그게 정말 맞을까?”

그리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생각합니다. 페이히어라는 회사 자체가 이 사고법의 산물입니다. 창업 당시 시장에는 고객 관리 프로그램도, 웨이팅 프로그램도 이미 넘쳐 났습니다. 박 대표는 자문했습니다.

“이 문제들을 다 풀면 오프라인 매장의 근본적인 불편이 해결될까?”

답은 ‘아니오’였습니다. 그래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그렇다면 진짜 풀어야 할 문제는 무엇인가’를 파고든 끝에 도달한 결론이 바로 포스였습니다.

카운터 위 거대한 기계에 의문을 던졌던 그 출발점이, 사실은 철저한 제로베이스 사고의 첫 단추였던 셈입니다.

**③ 인플루언스 위드 어소시티— 명패가 아닌 신뢰에 의한 **진짜 리더십

‘인플루언스 위드 어소시티(Influence Without Authority)’. ‘리더십은 주어지지 않고 스스로 만든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권위에 떠밀려 따르는 조직은, 리더가 잘못된 방향으로 갈 때 그대로 함께 절벽으로 향합니다. 박 대표는 그런 식의 추종을 ‘정말로 원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합니다.

“예전 회사를 다니던 시절, 저는 늘 한 선배와 점심을 먹으러 다니는 걸 좋아했어요. 특별한 이유는 없었습니다. 그 선배는 늘 적당한 데를 알아서 잘 찾았거든요. 고민은 제가 안 해도 되니까,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되더라고요.”

직급도, 명령도 없었지만 어느새 영향력이 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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