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DB 큐브리드는 어떻게 20년을 살아남았을까?

Published: (March 5, 2026 at 06:47 PM EST)
13 min read

Source: Byline Network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전자결재나 지식관리를 위해 거의 매일 ‘온나라 시스템’이라는 곳에 들어간다. 중앙행정기관과 지자체 대부분이 온나라 시스템에서 업무를 진행한다.

이 온나라 시스템의 기반 DBMS가 ‘큐브리드’라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거의 모든 공무원들이 큐브리드에서 데이터를 저장하거나 검색한 적이 있다는 의미다.

또 큐브리드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DBMS라는 사실도 의외일 것이다. 큐브리드의 전신은 1997년 설립된 국내 최초 DBMS 회사인 한국컴퓨터통신이다.

한국컴퓨터통신으로 시작해 ‘큐브리드’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 지 최근 20주년을 맞았다. 지난 20년 동안 큐브리드는 네이버에 인수됐다가 독립하는 등 여러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큐브리드 20주년을 맞아 정병주 대표와 만나 큐브리드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정 대표는 1999년 큐브리드의 전신인 ‘한국컴퓨터통신’에 입사해 27년째 국내 DBMS 시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인물이다.

네이버와의 인연과 오픈소스 DBMS의 시작

큐브리드의 20년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네이버(당시 NHN)에 피인수 됐던 일이다. 네이버는 IT 인프라 기술 내재화를 목표로 큐브리드를 인수했다. 마이SQL과 같은 서비스를 사용하던 네이버 서비스의 DB를 큐브리드로 바꿀 계획을 세웠다.

네이버 인수가 중요한 이유는 큐브리드가 이때부터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DBMS 제품 자체를 판매할 계획이 없었던 네이버는 큐브리드 생태계 확대를 위해 큐브리드 DB의 라이선스를 오픈소스로 전환했다.

하지만 큐브리드와 네이버의 인연은 오래가지 못했다. 네이버 내부의 기술 리더십이 바뀌면서 서비스 회사가 인프라 기술을 굳이 내재화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대두됐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무료로 가져다 쓸 수 있는 오픈소스 DB가 많으니 굳이 큐브리드 개발을 위해 인력과 조직을 운영하며 수십억원을 쓸 필요가 없었다.

정병주 대표는 2011년 네이버에서 독립하는 큐브리드를 인수했다. 당시 12명의 직원이 정 대표와 함께 했다. 네이버라는 국내 최대 IT 기업 자회사 소속에서 그야말로 미래가 불투명한 DB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소속이 된 이들이다.

네이버는 연착륙 지원을 위해 일부 자금을 댔고, 2019년까지는 제품 공동 개발도 이어갔다. 하지만 2020년부터는 완전한 자체 개발 체제로 전환했다. 큐브리드의 현재 연구소 인력은 41명이다.

공공시장 타깃 전략 ‘성공적’

독립 직후 첫 번째 터닝포인트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의 G클라우드 시범 사업이었다. 2011년 시범사업에 큐브리드가 공급됐고, 2013년에는 본 사업으로 이어졌다. 이후 대전·광주 센터로 확산됐다. 현재 G클라우드만 따지면 큐브리드 점유율은 80%를 넘는다.

두 번째 터닝포인트는 온나라 시스템이다. 오라클 기반이었던 온나라 1.0을 2015~2018년 4년에 걸쳐 큐브리드 기반 온나라 2.0으로 전환하는 사업이 진행됐다. 덕분에 현재는 중앙행정기관 전체, 이후 16개 광역시도와 200여 개 기초자치단체까지 큐브리드가 확산됐다.

전국 공무원들이 쓰는 전자결재 시스템은 대부분 큐브리드 기반이다.

국방통합데이터센터(DIDC)도 2014년부터 큐브리드를 도입했다. 육·해·공군 홈페이지와 응용 체계들이 조금씩 큐브리드 기반으로 전환됐다.

덕분에 국내 공공 DBMS 시장에서 큐브리드의 점유율은 10.6%에 달한다. 물론 여전히 오라클이 과반 이상을 장악한 압도적 1위이지만, 큐브리드는 2016년 2.6%에서 2024년 10.6%까지 점진적으로 점유율을 늘려왔다. 현재 큐브리드의 점유율은 전체 공공 DBMS 시장 3위다.

타깃은 오라클

공공 DB 시장에서 오라클의 아성은 여전하다. 2024년 기준 점유율 약 62%다. 다만 2016년 74%에서 꾸준히 내려오고 있다. 오라클의 점유율이 줄어든 만큼 큐브리드를 비롯한 국산 DB의 점유율이 늘어났다.

정 대표는 가격 면에서 보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큐브리드가 압도적 우세라고 전한다. 조달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오라클의 경우 공공 시장 표준 스펙 서버(56코어) 한 대에 설치돼도 십수억원에 달한다. 큐브리드는 수천만원으로 같은 업무에 쓰일 수 있다고 정 대표는 설명했다.

큐브리드는 오라클 대체를 위해 기술적 준비도 마련했다. 오라클에서 큐브리드로 전환할 때 가장 큰 걸림돌은 PL/SQL이다. 오라클이 독자 개발한 절차적 프로그래밍 언어로, 이를 이용해 작성된 업무 로직은 다른 DB로 옮길 때 전면 재작성이 필요하다.

큐브리드는 ‘PL/CSQL’를 개발해 이 장벽을 낮췄다. PL/SQL 문법을 큐브리드에 매핑해 전환 비용을 줄이는 기능이다. 올해 말 출시 예정인 버전에는 병렬 쿼리 처리와 HA(고가용성) 병렬 적용 기능이 추가된다. 쿠버네티스 환경을 위한 큐브리드 오퍼레이터도 개발이 완료됐다.

진짜 국내 오픈소스는 얼마나 되나

정 대표의 또다른 자부심은 큐브리드가 자체 개발하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라는 점이다. 국내에 오픈소스 DB 회사는 많지만, 대부분 해외의 오픈소스를 들여와서 패키징해 판매하는 형태다.

예를 들어 최근 몇 년 사이 포스트그레스큐엘(PostgreSQL) 커뮤니티 버전을 가져다 패키징해 시장에 공급하는 회사들이 늘어났다. 포스트그레스큐엘은 아파치·BSD 계열 라이선스라 수정·재배포 시 소스 공개 의무가 없다. 오픈소스 커뮤니티 버전을 가져다 패키징하고, GS인증을 받고, 조달에 등록해 판매하는 것이 가능한 구조다.

오픈소스 비즈니스 모델로서 허용된 방식이지만, 정 대표는 한 가지 팩트를 지적했다.

“포스트그레스큐엘 핵심 커미터나 컨트리뷰터 리스트에 한국인은 거의 없습니다. 비즈니스는 열심히 하는데 기여는 없는 겁니다. 레드햇은 풀타임 개발자들을 커뮤니티에 대거 투입해 실질적으로 프로젝트를 리딩합니다. 그게 다른 거예요.”

기술을 직접 만들지 않고 패키징만 하는 경우 버그 패치 등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정 대표의 설명이다. 버그나 보안 취약점이 발견돼도 커뮤니티 기여가 없는 국내 업체들은 해결하기 어렵고, 커뮤니티 업스트림을 기다려야 한다. 반면 큐브리드는 소스코드 원작자이기 때문에 버그 패치 등을 직접 할 수 있다.

정 대표는 또 해외 오픈소스를 가져다 패키징해서 ‘국산 DB’로 포지셔닝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기회는 재해복구 시장

올해 정 대표가 가장 주목하는 시장은 재해복구(DR)다. 지난 해 벌어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인해 DR 시스템 부재가 사회문제가 됐다. 정부는 안정적인 서비스 운영을 위해 올해 DR 예산을 적극적으로 편성해둔 상태다. 대전센터에만 올해 3400억원이 편성됐으며, 향후 6조원까지 DR 인프라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 시장에서 큐브리드의 대응 카드는 ‘레플리카(replica)’ 아키텍처다. 액티브 서버와 스탠바이 서버를 묶고, 원격지 DR 센터에 레플리카 노드를 추가하는 방식이다. 주 센터 전체가 다운돼도 레플리카에서 1시간 이내 서비스를 재개할 수 있다.

정 대표에 따르면, 올해 큐브리드는 매출 100억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20년 차 소프트웨어 기업이라는 역사에 비추면 큰 매출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오라클이 압도적 지배자로 존재하고, 품질 좋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가 넘쳐나는 DBMS 시장에서 국내 기업이 20년 동안의 생존을 넘어 지속적인 성장까지 이어오고 있다는 점에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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