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커리어 사다리 걷어차기, 신입이 사라진다
Source: Byline Network
AI가 노동시장에서 신입직원의 일자리를 빼앗는 동시에 경력직의 생산성을 높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노동자의 경험이 AI 시대 생존의 갈림길이 될 전망이다.
미국 달라스 연방준비은행(달라스 연준)은 지난 2월 24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AI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근로자의 경험 수준에 따라 극명하게 갈린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임금과 고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AI가 신입·청년 근로자를 대체하는 동시에 경력직 근로자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보완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용은 줄고, 임금은 오르고
챗GPT가 출시된 2022년 말 이후 미국 전체 고용은 약 2.5 % 증가했다. 그러나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서는 정반대의 흐름이 나타났다. 컴퓨터 시스템 설계 분야의 고용은 같은 기간 5 % 감소했으며, AI 노출도 상위 10 % 업종 전체로도 1 %가 줄었다.
더 눈에 띄는 것은 이 고용 감소가 특정 연령층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스탠퍼드대 연구팀에 따르면 AI 노출 업종의 고용 감소는 25세 미만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으며, 고령 근로자의 고용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달라스 연준의 타일러 앳킨슨 이코노미스트는 이를 “해고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젊은 구직자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AI 노출 분야에서 신규 졸업자들의 취업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임금은 다른 이야기를 한다. 2022년 말 이후 전국 평균 임금은 7.5 % 상승했지만, 컴퓨터 시스템 설계 분야는 16.7 %로 두 배 이상 뛰었다. AI 고노출 업종 전반으로도 8.5 % 오르며 전국 평균을 앞질렀다. 고용은 줄었는데 임금은 더 오른 역설이다.
열쇠는 암묵적 지식
보고서는 이 역설을 ‘명시적 지식(codified knowledge)’과 ‘암묵적 지식(tacit knowledge)’의 차이로 풀어냈다.
- 명시적 지식은 교과서나 매뉴얼로 배울 수 있는 지식이다.
- 암묵적 지식은 수년간의 현장 경험을 통해서만 쌓이는 노하우다.
AI는 명시적 지식을 효과적으로 복제할 수 있지만, 암묵적 지식은 아직 따라잡지 못한다는 것이 보고서의 핵심 논지다.
신입 직원에게는 전문성에 해당하는 명시적 지식이, 경력자에게는 그저 기본적 지식에 불과하다. AI가 그 기본 업무를 대신하면, 신입 사원의 자리는 사라지지만 경력자는 오히려 더 고차원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205개 직종을 대상으로 한 실증 분석도 이를 뒷받침한다. 신입 대비 경력자 임금 차이(경험 프리미엄)가 낮은 직종에서는 AI 노출도가 높을수록 임금 성장이 더 부진했다. 이런 직종은 경험이 크게 중요하지 않아, AI가 신입과 경력자를 모두 대체하기 때문이다.
반면 변호사, 보험 심사역, 신용 분석가, 마케팅 전문가처럼 경험 프리미엄이 높은 직종에서는 AI 노출이 오히려 임금 상승과 연결됐다. 이들 직종에서는 AI가 하급 업무를 처리하면서 경력자의 가치를 높이는 보완재로 작동했다.
‘커리어 사다리’가 흔들린다
보고서가 던지는 더 근본적인 질문은 화이트칼라 경력 개발 모델의 붕괴다.
지금까지 신입으로 입사해 비교적 단순하고 정형화된 업무부터 시작해 현장 경험을 쌓고, 조직 특유의 암묵적 지식을 습득해 점차 핵심 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AI는 바로 이 사다리의 첫 번째 계단을 뒤흔들고 있다.
기업들은 이미 AI가 신입 사원보다 더 빠르고 저렴하게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단기적으로는 비용 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보고서는 “장기적으로 신입 직원을 사다리에서 배제하는 것은 지속 불가능하다”고 경고했다. 경력자가 계속 나오려면 언젠가는 신입이 경험을 쌓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AI 시대에는 **“어떻게 신입 직원이 현장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이 기업과 사회 모두의 숙제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