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게임 개발, 넥슨이 꼽은 핵심은 ‘안목과 맥락’
Source: Byline Network
경기도 성남시 판교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NDC 발표장(출처=바이라인네트워크)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누구나 같은 도구로 게임을 쉽게 만들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시기 가장 중요한 경쟁령은 무엇일까. 넥슨은 단순히 게임을 구현하는 것만으로는 모자라다고 진단한다. 개발자의 안목과 판단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는 판단이다. 더해 개발자와 이용자가 함께 쌓아야 하는 ‘맥락’의 축적이 뒤따라야 앞서 나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게임 산업에 있어 경험이 많고 노련한 경력자들이 그간 해보고 싶었어도 못했던 것들을 좀 더 손쉽게 구현할 수 있게 됐. 신입에게도 구현을 돕는 도구(AI)가 동일하게 쥐어졌다.”
이정헌 넥슨 일본법인 대표는 지난 16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넥슨 사옥과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NDC 환영사 AI 시대로의 전환, 게임 구현의 난이도 하락을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AI 기술 발전으로 콘텐츠 제작의 문턱이 낮아질수록 이용자들의 기대 수준 역시 높아지고 취향 또한 더욱 세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창작자들은 단순히 많은 콘텐츠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보다 높은 완성도와 차별화된 개성을 갖춘 콘텐츠를 선보여야 하는 시대를 맞게 될 것이라고 봤다.
이 대표는 AI를 경쟁자가 아닌 도구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딩과 분석, 정보 수집 등 답이 정해진 영역에서 AI의 역할이 커지고 있지만, 공감·감동과 같은 영역까지 대체할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게임은 이용자 간 관계와 그들이 만드는 이야기가 중요한 만큼 창작의 본질은 여전히 사람에게 있다고 봤다.
이정헌 넥슨 일본법인 대표가 경기도 성남시 판교 넥슨 사옥과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NDC에서 환영사 중이다. (출처=넥슨)
그는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AI와 경쟁하려 하지 말고 우리의 훌륭한 도구이자 수단 중 하나일 뿐이라고 정의하고,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사용하려는 태도를 무엇보다 갖춰야 할 것”이라며 “이용자 간 이야기와 교감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은 AI보다 사람이라는 것을 절대 잊으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AI 시대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창작자의 ‘안목’과 ‘판단’을 짚었다. 모두가 같은 도구를 활용할 수 있게 된 만큼 무엇을 만들지 결정하는 안목과 판단력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차이를 만드는 것은 결국 무엇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안목과 판단”이라며 “안목은 이용자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에서 나온다”라고 전했다.
이 대표는 결국 이용자가 무엇을 원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개발자들이 만든 게임이라는 세계에 시간을 투자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것들이 새로운 기술로 무엇을 만들지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돼야 한다”며 “기술이 바뀌는 속도가 빠를수록 서로의 영역을 이해하고 현장의 얘기를 주고받는 과정이 지닌 무게와 가치가 오히려 더 커질 것이다”라고 했다.
AI****가 범접하기 어려운 영역 ‘맥락 자본’
강대현 넥슨코리아 공동대표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AI 시대 게임 산업의 경쟁력은 기술력 자체도 중요하지만, ‘맥락’에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게임을 구현하는 난이도와 비용이 낮아질수록 중요한 것은 무엇을 얼마나 정교하게 구현했는지가 아니라, 이용자와 함께 쌓아온 경험과 신뢰, 개발자가 축적한 장르 이해 등 쉽게 복제할 수 없는 자산이라는 것이다.
강 대표는 이를 ‘맥락 자본’이라고 명명했다. 개발자가 오랜 시간 축적한 노하우, 라이브 서비스 경험 그리고 이용자들이 게임 안팎에서 함께 만들어온 서로의 관계와 추억, 경험 등이 모두 맥락 자본에 해당한다. 즉 게임을 개발하는 입장과 즐기는 이용자 모두 함께 쌓아 올려야 하는 AI 시대의 차별화된 자산이다.
그는 “AI가 코드를 짜고 그림을 그려주는 시대가 왔지만 데이터 너머에 있는 이 맥락의 깊이만큼은 프롬프트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라며 “AI 모델은 누구나 가져다 쓸 수 있어도 만드는 쪽이든 즐기는 쪽이든 시간이 쌓아올린 맥락은 돈만으로는 살 수 없다”고 전했다.
강대현 넥슨코리아 공동대표가 경기도 성남시 판교 넥슨 사옥과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NDC에서 키노트 발표 중이다. (출처=넥슨)
강 대표에 따르면 맥락 자산은 저절로 형성되지 않는다.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맥락을 축적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전작의 경험이 다음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이용자의 경험이 게임 안팎으로 확산해야 한다. 이용자가 게임을 하는 시간, 영상으로 소비하는 시간, 커뮤니티에서 소통하는 시간, 크리에이터가 게임을 콘텐츠로 만드는 시간이 선순환 구조를 그려야 한다. 강 대표는 이를 복리 이자에 빗대며 “이자가 다시 이자를 낳는 것처럼 이 모든 시간이 서로를 키워준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맥락 자산을 위해서는 데이터에만 의존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특정 보스전의 공략 성공률이 낮다는 데이터가 있다면 이용자들이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공략법을 공유하고 클리어 경험을 함께 축하하는 문화가 형성된 경우 이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은 것이다. 데이터만 보고 난이도를 낮추면 맥락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문화를 죽이는 꼴이 된다.
강 대표는 “이용자가 보낸 시간이 게임의 맥락이 되고, 그 맥락이 다음 이용자의 경험이 되는 복리야말로 구현이 아무리 쉬워져도 쉽게 복제할 수 없는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두가 같은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을 활용하는 시대일수록 차이를 만드는 것은 또다른 AI(Accumulated Intelligence, 축적된 지성)”이라며 “시간을 들여 이용자와 함께 쌓아온 맥락과 신뢰가 게임 산업의 새로운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