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스토리 #515] “연구비 제안서가 연구보다 어렵다” – 한국 연구자와 유럽을 잇는 AI 플랫폼

발행: (2026년 3월 4일 AM 11:00 GMT+9)
12 분 소요
원문: Plat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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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토마스 콘버시 인사이트매치스 대표 (c)플래텀

호라이즌 유럽 150조 원 시대, 제안서의 벽을 AI로 낮추려는 프랑스 창업가

한국이 아시아 최초로 EU 최대 연구혁신 프로그램 **‘호라이즌 유럽(Horizon Europe)’**에 준회원국으로 참여하면서, 국내 연구자들 앞에 총 955억 유로(≈150조 원) 규모의 연구비 시장이 열렸다. 하지만 기회의 문을 여는 것과 그 문을 통과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 행정 부담: 미국 ‘연방시범파트너십(Federal Demonstration Partnership)’ 조사에 따르면 연구자들은 업무시간의 40% 이상을 서류 작업에 소비한다.
  • 호라이즌 유럽은 특히 복잡해, 제안서 하나에 평균 13개 국제 기관과의 조율이 필요하고, 행정 절차에만 20주가 소요된다.

프랑스 출신 창업자 폴 토마스 콘버시(Paul Thomas Conversy) 가 설립한 인사이트매치스(InsightMatches) 는 이 병목을 AI 기반 SaaS 플랫폼으로 해소하려는 기업이다. 부산에 본사를 두고 한국 연구자와 기관이 호라이즌 유럽 연구비에 효율적으로 접근하도록 돕는다.

에듀테크에서 발견한 구조적 문제

콘버시 대표는 처음에 연구비 플랫폼을 목표로 하지 않았다. 그는 유럽에서 에듀테크(EdTech) 사업을 운영하며 EU 연구 자금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새로운 자금을 찾아야 했고, **‘자금 확보 → 제안서 준비 → 제출’**의 순환이 반복되었다.

“어느 순간 에듀테크 제품을 개발하는 시간보다 연구비를 찾고 제안서를 준비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다양한 분야(의사, 박사과정 연구자, 엔지니어 등)의 연구자들이 동일한 행정 부담을 호소하고 있었다. 그는 이를 **‘사회적 문제’**라 표현한다.

게임처럼 연구비를 찾는 플랫폼

인사이트매치스의 핵심 기능은 두 가지다.

1. 연구비 탐색 및 적합도 분석

  • 호라이즌 유럽에만 ≈500개의 연구 펀드가 존재한다.
  • 플랫폼은 연구자 프로필을 기반으로 각 펀드의 적합도를 시각적으로 매핑한다.
    • 초록색: 높은 적합도
    • 빨간색: 낮은 적합도
    • 원의 크기: 예산 규모
    • 중심과의 거리: 마감 기한

“연구자가 마치 게임처럼 가장 적합한 펀드를 직관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경험을 만들고 싶었다.”

2. 글로벌 파트너 연결 및 제안서 작성 지원

  • 연구자가 펀드를 선택하면 플랫폼이 프로젝트 아이디어 구상을 돕고, 전 세계 연구자에게 참여 초대를 발송한다.
  • 초대가 수락되면 기술 문서와 제안서 초안을 자동 생성한다.
  • 평균 3–4년 기간, ≈5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가 제출된다.

전통적인 협업 구성(학회 참석, 이메일 교환 등)은 수개월이 걸렸지만, 인사이트매치스는 수일 내에 가능하게 만든다.


사진=인사이트매치스 제공

한국, 호라이즌 유럽의 ‘1년 차’

콘버시 대표가 한국을 선택한 이유는 시기적 타이밍이다. 한국은 2025년 1월 1일부터 호라이즌 유럽 준회원국으로 참여했으며, 2025년 7월 1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정식 가입 협정에 서명했다—아시아 국가 최초다.

  • 프레임워크 프로그램(Framework Programme) 은 1984년부터 약 40년간 운영돼 유럽 내에서는 성숙했지만, 한국은 첫 발을 디딘 단계다.
  • 한국은 현재 ‘필러 2(Pillar 2 – 글로벌 도전과 산업 경쟁력)’ 분야에 참여하고 있으며, 국내 연구자는 EU 회원국 연구자와 동등한 자격으로 과제를 신청한다.
  • 선정 시 별도 국내 심사 없이 EU 예산에서 직접 연구비를 지원받는다.

한국에서 바꾼 비즈니스 모델

  • K-스타트업 그랜드챌린지(KSGC) 2025년 상위 20팀(Phase 3)에 선정돼 해외 유명 창업 기업을 발굴·엑셀러레이팅하는 중소벤처기업부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 컨설팅 → SaaS: 초기에는 연구비 제안서를 대행하는 컨설팅 모델을 고려했지만, 더 많은 연구자를 지원하기 위해 SaaS 플랫폼으로 전환했다.
  • 현재 연간 360만 원 구독 모델로 운영 중이다. 한국의 전통적인 연구비 컨설턴트는 수억 원을 청구해 소규모 연구실이 접근하기 어려운 구조다.

구독 형태 전환

  • 월 구독은 매달 예산 정당화가 필요해 행정 부담이 된다.
  • 연간 구독은 한 번의 예산 승인으로 충분하고, 연구 프로젝트 기획·연구비 확보에 필요한 시간을 벌어준다.

타깃 고객 변화

  • 초기 타깃은 대학이었지만, KSGC 멘토링을 통해 딥테크 스타트업(3–5명 규모) 이 더 적합한 고객임을 확인했다.
  • 대학은 이미 제안서 전담 인력이 있는 경우가 많지만, 딥테크 스타트업은 뛰어난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제안서 작성 인력이 부족하다.
  • 투자사와 액셀러레이터도 잠재 고객으로 확대했다.

한국식 비즈니스의 문법

  • 거래 중심 vs 관계 중심: 유럽에서는 계약 체결 후 관계가 정리되는 반면, 한국에서는 명함 교환 자체가 신뢰와 책임의 약속이다.
  • 미팅 후 식사 제안 등 비공식적인 교류가 일반적이며, 이는 외부 업체가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이웃’**이 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 실행 속도 차이: 한국은 전력 질주, 파리는 천천히 걷는 느낌—의사결정·실행 리듬이 다르다.
  • 연구자 주도성: 한국 연구자는 **‘hands‑on’**이며 자신의 비전을 완전히 위임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이는 SaaS + AI 모델이 전략적 전문성을 제공하면서도 연구자가 100% 주도권을 유지하도록 설계돼야 함을 확인시켜준다.

부산에서 생태계를 함께 키우다

  • 인사이트매치스 본사는 부산에 있다. 콘버시 대표는 부산 스타트업 생태계가 서울에 비해 규모·밀도가 낮다는 점을 인정한다.
  • 그는 정기적인 소규모 네트워킹 이벤트를 직접 기획·운영해 스타트업 간 지식 공유와 멘토링 관계를 촉진한다.
  • 조직 운영을 **‘Korea‑first’**로 전환해 프랑스·EU 중심 사고에서 탈피, 부산을 중심으로 팀을 구축했다.
  • 현지 인재는 언어를 넘어 한국 연구 문화와 제도적 맥락을 이해하고 관계 구축을 실행할 역량을 갖추었다.

“한국 법인은 글로벌 전략을 이끄는 중심 역할을 해야 합니다.” – 콘버시 대표

‘제로에서 제출까지 4주’를 증명하는 해

인사이트매치스가 2026년까지 반드시 증명해야 할 목표는 **‘준비 없이 4주 만에 연구비 제안서 제출’**이다. 구체적으로는 20개의 국제 공동 연구 프로젝트를 성사시키는 것이 목표다.

  • 성공의 정의는 매출이 아니라 연구 프로젝트가 실제 진행되는가이다.
  • 콘버시 대표는 인사이트매치스를 **‘국가와 국가를 잇는 다리’**라 정의하며, 한국과 유럽 연구자 사이에 지속적인 협업·신뢰·우정이 형성되는 것을 최종 성공 지표로 제시한다.

한국의 호라이즌 유럽 참여는 시작 단계이며, 제도를 활용하는 역량은 아직 축적 중이다. 인사이트매치스가 4주 안에 제안서를 제출할 수 있다는 약속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올해 20개 프로젝트가 그 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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