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없다”는 말을 지울 수 있는가 – 배달앱 리뷰 블라인드, 자율규제의 두 번째 시험지

발행: (2026년 2월 11일 오후 03:31 GMT+9)
15 분 소요
원문: Platum

Source: Platum

배경

몇 년 전, 배달앱으로 주문한 음식에서 메뉴 일부가 빠져 있었다. 가게에 연락했더니 응대마저 불친절했다. 겪은 그대로를 리뷰로 남겼다. 음식물 누락, 불친절한 대응. 별점은 그에 맞게 줬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가게에서 전화가 왔다. “당신이 뭐가 그리 잘났냐고.”

당혹스러웠지만 그대로 두었다. 그러자 같은 가게에서 다시 전화가 왔다. 이번에는 톤이 완전히 달랐다. “그런 거 남기면 자기들 망한다, 제발 내려달라”는 읍소였다.

협박에서 읍소로. 한 통의 전화 안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런데 이 소비자가 가장 먼저 느낀 것은 분노가 아니었다. 이 사람은 내 집 주소를 알고 있다. 가족에게 해꼬지를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배달 주문이라는 구조가 소비자의 거주지를 고스란히 노출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리뷰를 쓰고 나서야 체감했다고 한다.

2026년 2월 11일, 배달 플랫폼 자율분쟁조정협의회가 ‘배달앱 리뷰 임시조치 권고안’을 발표했다. 음식 맛에 대한 소비자의 주관적 평가는 블라인드 대상에서 제외하라는 내용이다. 리뷰를 둘러싼 같은 구조 위에서, 이제야 하나의 기준선이 그어진 셈이다. 다만 그 선이 실제로 어디까지를 보호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질문이다.

보호가 검열이 되기까지

이 권고안의 출발점을 이해하려면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새우튀김 환불을 요구하는 소비자와 통화하던 음식점주가 뇌출혈로 쓰러져 사망한 사건. 리뷰가 별점이 아니라 사람의 목숨과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온 나라가 목도한 순간이었다. 업계는 빠르게 움직였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에 근거한 블라인드 제도가 강화됐고, 음식점주가 ‘권리 침해’를 주장하면 플랫폼은 30일간 해당 리뷰를 비공개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취지는 분명했다. 문제는 ‘권리 침해’의 기준이 모호했다는 데 있다.

  • 별점이 5점 미만이면 리뷰 내용과 무관하게 블라인드 요청이 가능했다.
  • “잘먹었습니다”에 별점 4점을 준 리뷰, “맛있어요 항상 시켜먹고 있다”에 별점 3점을 준 리뷰 — 협의회가 권고안 원문에 직접 제시한 사례들 — 까지 만점이 아니라는 이유로 차단 요청이 들어왔다.

플랫폼 측은 “요청이 들어온다고 해서 무조건 블라인드 처리하는 것은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블라인드 요청이 접수되면 담당자가 검토한 후 게시 중단 여부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절차가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절차가 있다는 것과 그 절차가 제대로 작동한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한국소비자원의 2024년 7월 조사에 따르면, 배달앱 리뷰 관련 소비자 불만 411건 중 ‘품질(맛, 양) 관련 리뷰 차단’이 37.9%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리뷰·계정 차단 등 약관 관련 불만은 58.6%에 달했다. 소비자 불만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이 ‘차단’이라는 사실은, 보호 장치가 어딘가에서 검열 도구로 전환되었음을 시사한다.

앞서 소개한 소비자의 경험 — 가게에서 직접 전화가 오는 일 — 은 블라인드 제도 이전에도,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었다. 소비자원 조사에서 음식점주가 소비자에게 직접 리뷰 삭제를 요구한 비율은 8.0%다. 수치로는 적어 보이지만, 배달 주문 구조상 가게는 주문이 들어오는 순간 소비자의 주소를 알게 된다. 리뷰까지 쓰면 그 주소가 보복의 경로가 될 수 있다. 8%라는 숫자 뒤에 놓인 압력의 무게는 수치로 담기지 않는다. 이 비대칭 위에서 ‘솔직한 리뷰를 써달라’는 플랫폼의 요청은 공허하다.

권고안이 긋는 선, 그리고 긋지 못한 선

협의회의 권고안은 다섯 가지를 제시한다.

  1. 임시조치 사실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
  2. 맛에 대한 주관적 평가는 블라인드에서 제외할 것
  3. 기존 운영 정책을 엄정히 집행할 것
  4. 정책이 없는 사업자는 빨리 만들 것
  5. 부당한 블라인드에 대한 이의신청 절차를 마련할 것

다섯 항목은 명쾌하지만, 그 안에 문제가 있다.

원문을 살펴보면, 이 권고안이 보호하는 ‘주관적 평가’의 범위가 생각보다 좁다. “단순히 음식 맛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만이 기재된 리뷰”로 한정한다. 배달 소요 시간, 포장 상태, 음식의 온도·양은 “별도 사실 확인을 필요로 하거나 제3자와 관련된 분쟁 발생 가능성이 있는 경우”로 분류돼 적용 대상에서 빠진다.

즉,

  • “맛이 없었다”는 보호된다.
  • “양이 적었다”는 여전히 블라인드될 수 있다.
  • “맛은 괜찮은데 양이 너무 적어요”처럼 맛과 양이 한 문장에 섞인 리뷰는 판단이 플랫폼에 맡겨진다.

앞서 소개한 소비자의 리뷰를 이 기준에 대입하면, 음식물 누락은 ‘사실 확인을 필요로 하는 사안’이고, 불친절한 응대는 ‘제3자와 관련된 분쟁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맛에 대한 평가가 아니었으니, 이 권고안으로는 보호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권고안은 음식점주의 손도 놓지 않는다. 입점 사업자가 사실관계나 입장을 설명할 수 있는 댓글 기능을 제공하도록 하고, 리뷰의 공정성 여부를 다른 소비자가 판단할 수 있도록 정보를 공개하라고 권고한다. 즉, 지우는 대신 반박하게 하겠다는 발상의 전환이다. 하지만 자영업자가 새벽까지 주방에 서 있는 상황에서 모든 리뷰에 정성스러운 해명을 달 여력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별점 4.8의 이면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번 권고안의 사정권 밖에 있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리뷰 이벤트에 참여해 리뷰를 작성한 소비자의 98.3%가 실제 만족도보다 높게 별점을 줬다고 답했다. 배달의민족 입점 음식점의 88.3%가 리뷰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음료수 한 캔을 서비스로 얹어 별점 5점을 사는 구조다.

블라인드가 부정적 리뷰를 걸러내고, 리뷰 이벤트가 긍정적 리뷰를 부풀린다. 이 이중 필터를 거치면 소비자가 보는 별점은 실제 경험과 상당히 차이가 난다. 신뢰가 무너진 리뷰 시스템에서 소비자는 리뷰 대신 다른 판단 기준을 찾게 되고, 그때 리뷰 제도 자체가 의미를 잃는다. 소비자원은 “별점 기반 리뷰시스템 개선”과 “재주문율 기반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권고하고 있다.

이 구조는 배달앱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기업 리뷰 플랫폼에서도 기업이 비용을 지불하고 부정적 리뷰를 비공개 처리하는 사례가 보고된다. 배달앱의 블라인드가 법적 절차라면, 기업 리뷰 플랫폼의 그것은 상업적 관계를 통한 통제에 가깝다. 경로는 다르지만, “맛없다”를 지울 수 있느냐는 질문은 “이 회사는 야근이 많다”를 지울 수 있느냐는 질문과 구조적으로 닮아 있다.

자율규제라는 느린 실험

배달 플랫폼 자율분쟁조정협의회는 2023년 9월에 출범해 9차례의 분기별 회의를 거쳐 이번 권고안에 이르렀다. 2024년 11월 ‘포장 노쇼 권고안’에 이어 두 번째 결과물이다.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땡겨요, 슈퍼커넥트 5개사가 참여하고, 학계·소비자단체·법조계 전문가 7인이 위원으로 활동한다.

진행 속도는 느리다. 2021년에 불거진 문제의 권고안이 2026년에 나왔다. 그 사이 공정위의 약관 시정, 소비자원의 실태조사, 국정감사에서의 질타가 반복됐다. 그러나 이 느림이 반드시 실패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법으로 강제하면 빠르지만 현장의 맥락을 놓치기 쉽다. 자율규제는 당사자들이 합의한 기준이기에 이행 동력이 다를 수 있다.

다만 이 권고안에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 이행하지 않아도 제재가 없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권고안이 나온 것 자체는 진전이지만, 플랫폼이 자발적으로 수익 구조를 손대겠느냐가 핵심”이라며 “모니터링 결과가 공개되지 않으면 결국 선언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협의회가 “추후 이행 현황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는 말은, 뒤집어 읽으면 모니터링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는 고백이기도 하다.

결국 이 권고안의 운명은 5개 플랫폼 사업자의 몫이다. 얼마나 빠르고 성실하게 내부 정책에 반영하느냐가 관건이다. 그 속도를 결정하는 것은 법의 힘이라기보다 여론의 압력, 즉 리뷰를 쓰는 사람들의 목소리다.

앞서 소개한 소비자는 별점은 지켰지만, 전화기 너머의 읍소 앞에서 리뷰 내용을 고쳐 썼다. 주소를 아는 사람의 전화를 받으며 솔직한 리뷰를 유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 권고안은 그 구조를 바꾸지는 못한다. 이 소비자의 리뷰—음식물 누락과 불친절한 응대—는 이 권고안으로도 보호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적어도 “맛없다”는 한마디가 지워지지 않을 권리만큼은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가장 좁은 범위의, 가장 기본적인 보호다. 그 한마디가 실제로 살아남을 수 있느냐는 이제 플랫폼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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