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스타트업, 에이이다트의 성장일기 🤖💡 4화 투자 계약서의 행간
Source: Platum
본 콘텐츠는 법무법인 비트가 실제 수행한 수많은 자문 사례들을 바탕으로, 스타트업이 겪을 수 있는 위기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소설 형식으로 재구성한 ‘비즈니스 법률 다큐-픽션’입니다.
이야기의 몰입을 위해 설정된 등장인물의 이름과 회사명은 모두 허구이며 실제 인물이나 단체와는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다만, 그 안에 담긴 법률적 리스크와 자문은 비트의 전문적인 검토를 거친 실전 전략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제4화. 투자 계약서의 행간
(주제: 시리즈 B 투자 유치와 경영권 보호)
“대표님, VC가 생각보다 더 좋게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회사 밸류에이션을 600억원으로 산정해서 120억원 투자를 하고 싶다고 합니다.”
재무이사가 서류를 내밀었다. 국내 대형 VC인 ‘자이언트 캐피탈’로부터 온 투자의향서(LOI)였다. 시리즈 A 이후 1년 반만에 B 라운드를 추진하던 에이이다트에게 그들의 제안은 매력적이었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인프라 확장, 마케팅, 해외 지사 설립 등 자금에 목마를 때, VC의 자금력과 네트워크는 우리를 한 단계 더 도약시켜 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며칠 뒤 본 계약을 위해 도착한 수십 페이지 분량의 투자 계약서 초안을 검토하던 중, 우려스러운 조항들이 눈에 들어왔다. 투자 금액이 커서 그런지, 창업자의 경영권을 상당 부분 제약하는 내용들이었다.
‘동반매각청구권(Drag‑along), 이사 선임권, 그리고… 경영 사항에 대한 사전 동의권?’
동반매각청구권 조항의 이해가 쉽지 않았지만, 꼼꼼히 뜯어보니 투자자가 우리 회사의 경영권을 매각하는 거래를 유치하는 경우, 그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서 창업자인 나의 지분까지 함께 매각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20여가지의 사전 동의권 목록도 광범위했다. 스톡옵션 부여, 1억원 이상의 지출, 핵심 인력 채용, 신규 서비스 런칭, 해외 지사 설립 등 거의 모든 주요 경영 활동에 투자자의 서면 동의가 필요했다. 특히 핵심 개발자 영입을 위해 활용하고 있는 스톡옵션을 부여할 때에도 미리 상세 사항을 설명하고 따로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점과, 회사가 지출하는 자금 규모를 생각할 때 동의를 받는 기준인 1억원이 너무 적다는 점 때문에 상당히 번거로워질 것 같았다.
“VC의 담당 심사역 말로는 이 조항들이 자기 회사 표준 투자계약서 양식이라며 수정이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재무이사의 말을 들으며 계산을 해봤다. 성장을 위해 자금은 필요했지만, 경영권을 과도하게 제약당하는 것도 문제였다. 이 조건들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회사가 정말로 빠르게 움직여야 할 때 적지 않은 걸림돌이 될 것 같았다. 이번에도 나는 계약서를 들고 변호사님을 찾았다.
“변호사님, 밸류도 좋고 투자 규모도 충분하지만 계약서 내용이 우려됩니다. 이런 조항들을 모두 받아들여야만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건가요?”
변호사님은 계약서를 꼼꼼히 검토했다.
“대표님, 대형 VC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회사가 VC의 투자의도와 엇나가는 경우를 대비한 보호 조항을 많이 넣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계약서는 조금 과도한 측면이 있습니다. 동반매각청구권은 발동 요건이 광범위하고, 경영사항 사전 동의권 조항을 보면 사전 동의 대상이 지나치게 많습니다. 이 정도면 대표이사의 판단에 계속 제동이 걸릴 수 있습니다.”
변호사님은 VC가 높은 밸류에이션을 제시한 이유를 다시 생각해보자고 제안했다.
“투자사가 다른 곳보다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한 이유는 대표님의 경영 능력과 팀의 실행력을 믿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작 이 계약서는 그 경영권을 과도하게 제약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생각하는 우리 회사의 장점을 상쇄시키는 형국인데, 이 모순을 지적하며 합리적인 선에서 조정을 요청해 보면 좋겠습니다.”
변호사님은 직접 VC 측 법무팀과 협상을 진행했다. 우리 회사의 경쟁력은 빠른 의사결정과 창업자의 자율성에서 나온다는 논리로 조율을 시도했다.
약 2주간의 협상 끝에 주요 조항들이 수정되었다.
- 동반매각청구권의 발동 조건은 ‘회사 가치(밸류에이션)를 2,000억원 이상으로 산정한 경영권 매각 거래를 유치했을 때’로 구체화되었다.
- 사전 동의 대상은 대폭 축소되어 5억원 이상의 중요 자산 거래, 정관 변경 등 회사에 정말로 큰 영향을 미치는 핵심 사항으로 한정되었고, 나머지는 사후 보고나 이사회 보고 사항으로 완화되었다.
- 이사 선임권도 의결권 없는 ‘이사회 참관인(옵저버; Observer)’ 자격으로 조정되었다.
투자계약서 날인 후 담당 심사역이 말했다.
“대표님, 마지막까지 계약 조건을 꼼꼼히 검토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날 저녁, 나는 사무실 책상에 놓인 최종 계약서를 다시 한번 읽어보았다. 투자 유치는 단순히 자금을 받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와 창업자 간의 권리와 의무를 합리적으로 조율하는 과정임을 배웠다. 투자금 액수에만 집중해서 서둘러 계약서에 서명했더라면, 이후 사업을 전개하는 과정이 순탄치 않았을 것이고 투자자와의 신뢰 관계를 유지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법무법인 비트의 법률 T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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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매각청구권(Drag‑along Right)의 합리적 설계
동반매각청구권은 투자자가 자신의 지분을 매각(엑싯)하는 과정에서, 일정 요건 하에 창업자 및 다른 주주의 지분까지 함께 매각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이 권리가 강하게 설정될 경우, 창업자는 원치 않는 조건으로 회사 지분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행사 요건(가격, 시기, 조건)과 창업자의 보호 장치(우선매수권, 예외 사유 등)를 계약 단계에서 면밀히 검토하고 협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사전 동의권(Consent Right)과 경영 자율성의 균형
사전 동의 조항은 회사 운영의 안정성과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장치이지만, 범위가 지나치게 넓으면 경영 자율성이 크게 축소될 수 있습니다. 사전 동의 대상은 회사의 핵심 운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대규모 자산 거래, 기존 사업 변경 등)으로 한정하고, 일상적인 경영 활동은 사후 보고나 이사회 보고로 완화하는 방향으로 협상함으로써 경영 자율성과의 균형을 찾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