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스타트업, 에이이다트의 성장일기 🤖💡 1화 친구와 동업자 사이
Source: Platum

제1화. 친구와 동업자 사이
주제: 주주간계약서 & 공동창업자의 이별
새벽 2시. 청담의 한 공유오피스 라운지. 정적을 깨고 맥주 캔 따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노트북 화면의 푸른빛이 피로에 찌든 우리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이 푸른빛은 희망의 상징이었다. 우리가 만든 재무회계 AI SaaS로 첫 계약을 따냈을 때, 우리는 이 라운지에서 서로를 껴안으며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웃었으니까.
“진우야, 이런 말해서 미안해. 나 이제는 더 못 하겠다.”
민철이었다. 우리 회사 ‘에이이다트’의 CTO이자, 내 15년 지기 친구. 그리고 지분 30%를 가진 공동창업자.
세상에 개발자는 많지만 재무회계 솔루션 개발경험이 있으면서도 AI 모델을 붙일 수 있는 개발자는 거의 없다. 아직 제품에 추가할 기능은 산더미 같은데, CTO가 나간다는 건 내게 사형 선고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더 숨 막히는 건 그 다음 생각이었다.
‘그럼 민철이가 가진 30%는 어떻게 되는 거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3년 전, 도원결의하듯 셋이서 33%씩 지분을 나눴던 밤이 떠올랐다. 당시 우리는 자본금도, 사무실도 없었지만 꿈만큼은 거대했다.
“계약서까지 쓸 정도로 서로를 못 믿지는 말자.” 그때는 그게 멋진 친구의 도리인 줄 알았다. 종이 하나에 서로의 권리를 적는 행위 자체가 서로를 불신하는 것 같아 민망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그는 지분을 그대로 들고 나가겠다고 했다. 자기가 밤새 짜놓은 코드가 회사의 전부이니, 그만큼의 권리가 자신에게 있다는 논리였다.
“2년 동안 월급도 없이 우리 제품에 내 영혼을 갈아 넣었어. 이 지분은 그 고생에 대한 내 퇴직금 같은 거야.”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일하지 않는 주주가 30%를 가지고 있으면, 후속 투자는 불가능하다. 어떤 투자자도 경영권이 불안한 회사에 돈을 넣지 않기 때문이다. 친구를 잃거나, 회사를 망하게 하거나. 둘 중 하나였다.
다음 날 오전, 나는 한 가닥 희망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법률 자문을 맡아주던 변호사님을 찾았다.
“변호사님, 친구가 나간다는데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지분도 다 가져가겠대요. 창업할 때 친구 사이에 무슨 계약서냐며 그냥 웃고 넘겼는데… 이제 와서 제가 뭘 할 수 있겠습니까.”
한숨을 쉬는 내게 변호사님은 차분하게 파일 하나를 내밀었다.
“대표님, 그때 기억 안 나세요? 법인 설립하고 등기 마친 날, 제가 대표님 따로 불러서 ‘주주간계약서’는 무조건 써야 한다고 강조했던 거요. 그때 끝까지 안 하시려고 하다가, 결국 제 권유로 서명하셨죠.”
그제야 기억의 한 조각이 떠올랐다. 설립 초기, 정신없이 투자 제안서를 만들고 개발에 매달리던 시절이었다. 변호사님이 “스타트업의 표준 절차”라며 가져온 수십 장의 서류 더미. 나는 내용도 제대로 읽지 않은 채, 그저 변호사님이 알아서 잘 챙겨주겠거니 믿으며 기계적으로 도장을 찍었었다. 당시엔 그저 ‘형식적인 절차’라고만 생각했던 그 종이 뭉치가 지금 내 눈앞에 다시 나타난 것이다.
화면 속 조항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제10조: 근속 조건 및 주식의 베스팅(Vesting)]
“여기 보시면 3년 근속 의무가 명시되어 있고, 중도 퇴사 시 잔여 지분은 액면가로 회사에 반환한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CTO님은 이제 2년 차라, 약속된 지분의 절반은 반납하셔야 합니다.” 본인이 기여한 2년만큼의 지분은 인정받되, 채우지 못한 1년에 대한 지분은 회사가 액면가에 다시 사 올 수 있는 권리죠.
법은 차가웠지만, 그 차가움이 오히려 분쟁의 시작을 막아주었다. 당시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계약서인데, 이 계약서 한 장 덕분에 회사가 흔들리는 상황만큼은 피하게 된 것이다. 변호사님은 덧붙였다.
“이 조항은 누군가를 쫓아내기 위한 게 아닙니다. 남은 사람들이 억울하지 않게, 그리고 떠나는 사람도 본인이 기여한 만큼 명예롭게 챙겨갈 수 있게 돕는 ‘안전장치’예요. 괜찮으시다면 제가 CTO님과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법적인 압박보다는, 남은 친구들에 대한 예의로 접근할게요.”
며칠 뒤, 민철이는 변호사님의 중재 아래 지분을 정리하고 떠났다. 우리는 마지막으로 술 한 잔을 기울이며 서로의 앞날을 빌어줄 수 있었다. 만약 그 계약서 한 장이 없었다면, 우리는 서로의 밑바닥을 보며 소송으로 치달았을 것이다.
민철이가 떠난 빈자리. 아프지만 에이이다트의 엔진은 멈추지 않았다. 우리에겐 지켜야 할 룰이 있었고, 그 룰이 우리의 우정과 회사를 동시에 지켜주었다.
법무법인 비트의 법률 T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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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창업자 간 주주간계약서(Shareholders’ Agreement)의 중요성
스타트업 설립 초기, 창업 멤버들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시작하기에 계약서 작성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주주간계약서는 분쟁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한 것이 아니라, 회사의 안정적인 운영과 투명한 의사결정 구조를 확립하기 위한 필수적인 ‘설계도’입니다. 특히 의결권 행사 방법, 주식 양도 제한 등을 미리 정해두어야 향후 이견이 발생했을 때 회사의 존립이 위협받는 상황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
베스팅(Vesting) 조항과 주식 회수(Clawback)
공동창업자가 중도 이탈할 경우, 기여도에 비례하지 않은 지분을 보유한 채 퇴사하게 되면 남은 창업자들의 의욕 저하는 물론 후속 투자 유치에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일정 기간 근속을 조건으로 주식 권리를 확정해 주는 ‘베스팅(Vesting)’ 조항을 설정해야 합니다. 통상적으로 3~4년의 기간을 설정하며,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이탈할 경우 회사가 액면가 등 낮은 가격으로 주식을 강제 매입(Call Option)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해 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